서론:한국 사회의 세대 갈등 문제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세대 갈등은 더 이상 잠재적 문제가 아니라 명확하게 드러난 사회·구조적 현상이다. 과거에는 세대 간 차이를 ‘당연한 세대 변화’ 혹은 ‘문화적 취향의 차이’로만 보았다면, 이제는 경제, 정치, 사회 전반에서 정책과 제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수준에 이르렀다. 최근 18년 만에 이루어진 연금개혁과 정년 연장에 관한 관심이 떠오르면서 세대 간의 갈등은 더욱 심화 되고 있다. 이번에 통과된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이전보다 ‘더 내고 더 받는 구조’로 설계되었다. 이번 개정으로 국민연금의 기금 소진은 기존보다 9년 미뤄진 2064년이 되었다. 이미 보험료를 어느 정도 납부했고, 곧 수령의 나이가 다가오는 기성세대는 개혁을 찬성했다. 반면에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청년세대는 개혁을 반대했다. 기성세대는 낸 만큼 돌려받을 수 있지만 청년세대는 그만큼 돌려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당장 보험료 부담이 늘어나는 점, 그럼에도 기금 고갈에 따른 연금 지급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이 청년들의 불안과 불만을 키웠다. 강화된 개혁은 기성세대부터 누리면서,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부담은 후세인 청년세대가 지게 된 것이다. 청년들은 현재 낮은 소득으로 더 많은 비중의 보험료를 내야 하며 이는 장기적인 경제적 계획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청년층은 연금개혁을 위해서는 연금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노동시장 개혁이나 기회균형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청년은 미래 세대의 사회적 기여를 강화하고 연금 혜택을 개인별로 공정하게 분배하는 방안을 요구한다. 연금개혁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기성세대의 희생과 양보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기성세대와 청년세대의 불평등에 대한 논쟁은 일자리 문제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21대 대선에서 화두가 된 정책 중 하나는 바로 정년연장이었다. 특히 일자리가 부족하여 취업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층에서 거센 반발이 나왔다. 정년연장에 대한 쟁점으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논리는 ‘고령층이 일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 청년층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일자리 세대 갈등론이다. 정년연장에 대한 청년층과 중장년층 사이의 인식 차이는 뚜렷하게 드러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아직 취업하지 않은 청년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청년 10명 가운데 6명은 정년이 늘어나면 청년 일자리가 줄어들 것 같다고 답했다. 반면 중장년층은 별로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고령 직원이 늘면 업무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질문에도 청년층 절반 이상은 동의했지만 중장년층 10명 가운데 6명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정년 이후 고용 방식에 대해 청년은 회사 사정에 맞춰 자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중장년은 법으로 정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연금개혁이나 일자리 문제와 같은 국소적인 문제를 넘어 기성세대와 청년세대는 서로를 바라보는 비판적인 시각에서도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기성세대가 청년세대를 바라보는 비판적인 시각은 ‘노력 부족 또는 인내심 결여에 대한 지적’이다. 그들은 “요즘 청년들은 너무 쉽게 포기한다.” “눈이 너무 높다”라며 지적한다. 일부 기성세대는 청년세대의 불만을 단순히 노력 부족의 문제로 돌린다. 이러한 시선들은 청년세대가 경험하는 구조적 불평등을 이해하지 못한 채, 단순히 개인의 능력 문제로 환원한다는 한계를 가진다. 기성세대가 사회의 주류가 된 시대적 배경과 현재 청년들이 겪고 있는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불평등의 문제를 개인적 측면으로 단언하는 것은 갈등만 심화시킬 뿐이다. 청년세대가 기성세대를 바라보는 시각은 ‘공정성과 기회의 불균형에 대한 불만’과 ‘청년의 현실에 대한 이해 부족과 단절감’이다. 청년세대는 취업, 주거, 자산 형성 등에서 기성세대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시대적 환경의 수혜자였다고 주장한다. 비교적 저렴한 부동산 가격, 안정된 일자리, 상대적으로 완화된 경쟁 구조 속에서 자산과 사회적 지위를 축적하기에 상당히 유리한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또한, 청년세대는 기성세대가 자신들이 처한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들의 잣대로 청년들을 판단하면서 세대 간의 소통의 벽은 더욱 두터워졌다.

필자는 본 글을 통해 세대 불평등이 발생한 원인과 그로 인한 사회적 파장을 살펴볼 것이다.이후 한국 사회가 세대 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본론1: 386세대의 등장

기성세대는 ‘현재 사회를 이끌어 가는 나이가 든 세대’로 이미 사회에서 안정적 지위를 확보해 놓은 세대를 뜻한다. 그중에서도 현재 사회적 권력, 경제적 권력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세대는 민주화 운동을 이끈 386세대이다. 386세대란 명칭은 80년대 널리 사용되었던 컴퓨터 등의 용어에서 비롯되었다. 386세대는 넓은 의미에서는 ‘민주화 세대’로 불린다. 이들은 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에 대학을 다녔다. 30대부터 사회의 주류 세력으로 등장했고, 지난 20여 년 동안 사회의 주도권을 놓지 않았다. 한층 넉넉해진 가정경제, 넘치는 일자리, 더 늘어난 계층 상승의 기회를 경험한 세대로 시대적 배경의 수혜자였다. ‘민주화 운동’이라는 공통된 경험을 공유한 이들은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자부심과 역사적 사명감으로 강한 응집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학생회 및 지하 이념 서클 등의 조직화를 바탕으로 도시 빈민 및 노동자 계층과 결합하여 그들의 동원을 얻어냈다.

이들의 ‘조직화 사업’은 군부정권에 대항하여 국가를 민주주의 사회로 만드는 데 대단한 영향력을 미쳤다. 이들이 구축한 네트워크는 386세대에게 강한 연대감을 형성시켰을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동원을 통해 대중적 ‘정당성’도 얻을 수 있었다. 이러한 ‘조직화의 경험’은 한국 사회의 대항 권력으로 성장하여, 2016년 촛불시위를 거쳐 오늘날 주류가 되기까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이들이 80년대와 90년대를 관통하며 자신들의 20대와 30대를 쏟아부었다. 이들은 세대 내 연대뿐만 아니라 대중의 동원을 얻었고, 이는 386세대만이 가질 수 있는 경험이었다. 이러한 네트워크 형성과 세계화·정보화에 빠르게 적응하면서 이전 세대인 산업화 세대를 몰아내고 세대교체에 성공했다.

이 세대가 1997년 금융 위기를 피해 2000년대 기업 내부에서 최대 다수가 되었을 때, 자본은 세계화된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생산과 판매 현장에 ‘유연화된 위계 구조’를 수용했다. 예를 들어 기업 내부와 외부에 하청 및 자회사 구조를 확립하는 한편, 기업과 학계, 공공기관 내에 파견직과 비정규직을 도입했다. 이들이 지금까지도 노동시장의 상층을 차지하고 있는 이유는 이러한 구조에 있다. 이 유연화된 위계 구조가 도입되어 확산되던 시기, 386세대 다수가 이미 정규직의 지위에 진입해 있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1997년 금융 위기 이후 20년에 걸쳐 상층부는 보호되고 하층부는 유연화된 이중화 경제 구조가 기업과 관료 조직에 뿌리내리게 되었다. 이러한 구조로 인해 이들이 내부자의 지위를 가장 대규모로,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최대 수혜자가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또한, 이들이 세대 네트워크를 통해 만든 노동조합은 그들의 임금을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작동하였다.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이유는 제일 위에 있는 노동 집단이 제일 밑에 있는 노동자 집단의 임금 차이를 축소 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형 노동조합은 차이를 최대한 늘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노동조합을 통해 386세대는 임금의 격차를 극대화했고, 이는 기업의 비용 위기를 발생시켰다. 기업은 이들에게 더 많은 임금을 지급하기 위해 청년 고용을 축소하거나, 비정규직을 쓰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상위 집단과 하위 집단의 임금 격차가 점점 심해지면서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었다.

한 세대가 주류 집단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이전 세대와의 세대교체가 필요하다. 물론 이전 세대가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인간이란 모두 권력의 욕망이 있고, 한 번 잡은 권력을 놓지 않으려는 본능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386세대가 동원능력과 세계화와 정보화라는 거대한 전 지구적인 구조변동에 적응력이 뛰어났던 것도 사실이지만 산업화 세대가 그들이 올라갈 수 있는 기회를 막지 않은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386세대는 다음 세대가 진입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있다. 특정 세대의 권력이 굳어지는 현상이 일어나 진입의 장벽이 높다는 것을 인지하기 위해 시작할 때 진정한 위기는 도래한다. 권력이 실상은 일부에 의해 독점되어 권력 자원이 특정 세대의 이익을 재생산하고 확장하는 데 쓰이고 있음을 인지하면 분열이 생기게 된다. 강력한 네트워크와 동원 그리고 유연화 시스템의 우연한 도입으로 386세대는 시대적 배경의 최대수혜자가 된 것이다.

본론2: 한국형 위계 구조가 청년세대에게 미친 영향

한국형 위계 구조인 ‘네트워크 위계’로 인해 피해를 본 세대는 바로 우리 청년세대이다. 386세대가 구축한 네트워크와 유연화 시스템의 도입은 청년세대 진입의 기회를 막고 있다. ‘연공제’를 특징으로 하는 한국형 위계 구조의 농경사회에서 유래되었다. 이 구조는 연장자에게 더 많은 권력과 보상을 부여하며, 나이 어린 자는 나이가 많은 자에게 자발적 혹은 비자발적으로 노동의 성과를 성찬하고, 그에 대한 인정과 후계 지위를 보장받는 체제를 가진다. 나이를 기반으로 한 ‘연공제’는 조직과 사회의 권력을 연장자 그룹에 집중시킨다. 한국형 위계 구조의 위기는 성과에 대한 분배가 더 이상 효율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공정하게 집행되지 않는다는 점에 기반한다. 실적이 받쳐주지 않는 데도 과밀화된 연장자 그룹이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 국가와 기업의 조직은 정체된 상태로 남게 된다. 청년세대는 당연하다고 생각해 온 이러한 구조를 처음으로 거부하고 한국형 위계 구조에 의문을 제기한 세대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젊은 층은 상사와의 야근을 거부하거나 회사라는 조직 안에서 부당함에 대항한다. 개인주의를 체득한 젊은 세대들은 개인의 능력과 아이디어를 찾아내 보상하려는 자유주의적 시장 기제를 통해 이 유교 사회의 연공 문화를 깨뜨리고자 한다.

386세대와 청년세대의 갈등이 더욱 심화 되는 이유는 배경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오늘날 청년세대가 마주한 경쟁의 장과 386세대가 겪었던 경쟁의 장의 배경은 아주 다르다. 시대적으로 유리한 전 세대들과 달리, 구조적 불경기 아래 대학 진학률이 70%를 넘는 상황에서 적은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며 높은 집값과 물가로 불안정한 사회에 놓여 있다. 기성세대들은 청년세대의 노력 부족 혹은 인내심 결여에 대해 비판하며 “라떼는”을 말한다. 예를 들어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취직할 수 있어,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집 살 수 있어” 등과 같이 조금만 노력하면 되는데 청년들은 그 조금을 더 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비난한다. 청년세대가 정말 그들이 말하는 조금 더 노력하지 않아서 그런 걸까? 그러나 지금 청년들은 그들이 말하는 “라떼”와는 분명 다른 현실에 처해있다.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 세대 불평등 문제를 단순화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그들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두는 훈수는 세대 간의 갈등만 심화시킬 뿐이며, 청년세대와의 소통을 단절시킨다. 청년세대가 마주한 또 다른 현실은, 같은 세대 내 불평등이 일어남에 따라 출발선에서부터 공정한 선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수저의 색을 상징하는 부모의 힘이 출발선상의 경쟁을 불공정하게 만든다. 오늘날 청년세대가 처한 노동시장과 자산 시장의 불평등한 실상과 세대 내부의 갈등까지 더해지며 청년들은 점점 더 불행해지고 있는 실상이다.

본론3: 불평등과 세대 갈등이 불러오는 사회적 파장

세대 갈등이 장기간 지속되면, 사회 전반의 생산성과 혁신 역량이 약화된다. 청년층은 불안정한 고용과 낮은 소득, 과중한 주거비 부담으로 소비와 투자를 줄이고, 이는 내수 시장의 위축과 경제 성장 둔화로 이어진다. 통계청(2024)에 따르면, 20~34세 청년층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10년 전 대비 실질 기준으로 8.2% 감소했으며. 주거비 부담은 평균 36%에 달한다. 청년층은 불안정한 고용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소비와 투자를 줄이고, 고령층은 변화에 대한 저항을 강화하면서 사회 전반의 유연성이 떨어진다.

이러한 세대 간 불균형은 정치에도 영향을 미친다. 선거에서 고령층 투표율 평균 70%를 넘지만 청년층은 40%대에 머물러, 정책 결정이 특정 세대에 유리하게 기울어질 가능성이 크다.그 결과 세대별 이해관계 충돌은 제도적으로 고착화되고, 사회 신뢰는 더 저하된다. OECD(2023)는 “세대 간 신뢰도가 낮은 국가는 장기적으로 혁신·투자율이 평균 15% 감소한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이와 같은 상황은 국가 경쟁력의 약화뿐 아니라 저출생, 사회 신뢰 붕괴와 같은 구조적 위기를 가속 시킨다. 실제로 경제적 불안정은 저출생 문제의 원인 중에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다. 특히 노동시장 진입이 어려워진 청년층은 사회적 신뢰를 상실하고 정치·사회적 불만을 극단화하며, 이는 세대 간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또한, 혁신과 창업을 이끌 주력 세대가 불안정한 노동환경에 묶이면 새로운 산업 성장의 기회가 사라지고 이는 국가의 경쟁력을 낮춘다.

국제적으로도 세대 갈등 완화를 위해 제도 개혁이 추진된 사례가 많다. 독일은 ‘세대 간 연대 계약’을 통해 연금 재원을 조정했고, 청년 고용을 보장하는 구조를 마련했다. 이는 앞서 언급했던 정년 연장과도 연결된다. 일본 고령층 재취업은 ‘풀타임’에서 ‘파트타임-멘토링’ 중심으로 전환해 경륜을 청년층 역량 강화에 활용하면서 세대 간의 고용 충돌을 최소화했다. 스웨덴은 ‘노동시장 유연 안정성’ 모델을 도입해 세대 간 일자리 경쟁이 아닌 ‘직무 재배치·재훈련’을 통해 고용을 순환시켰다. 이러한 사례는 세대 간 이해관계 조정이 사회 안정과 지속 가능성의 핵심임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