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에서의 미중 패권 대결 – 밀착하는 북중러와 가까워진 한미일
여러분은 국제관계를 어떻게 보는가? 국익을 위한 각축장인가? 신뢰와 협력, 규범과 제도를 통한 협력의 장인가? 국제정치를 해석하는 프리즘은 다양하지만 ‘국제사회 = 약육강식’이라는 우리의 직관과 가까운 이야기를 하는 현실주의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현실주의적 관점으로 국제정치 행위를 해석한다면 국제정치의 유일한 행위자인 국가의 최종목적은 ‘국익 추구’로 환원될 수 있다. 또한 국가 간 긴장상태는 ‘세력균형’이라는 현실주의적 개념으로 해석될 수 있다. 즉, 국제정치의 희소자원인 '패권'을 두고 국가들이 경쟁하는 과정에서 국가 간 마찰은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긴장은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국가 간 연합, 동맹을 통한 '세력균형'을 통해 해소되기도 한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세력균형'이 실증된 많은 사례를 찾을 수 있다. 1871년, 독일이 통일되고 난 이후, 독일제국의 재상이었던 비스마르크는 프랑스로부터의 견제를 방어하기 위해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이탈리아와의 ‘삼각동맹’을 체결해 유럽에서의 긴장상태를 완화시키고자 노력했다.
이러한 사례는 가까이서도 찾을 수 있다. 흔히 ‘한미일-북중러’로 일컬어지는 동북아의 국가간 관계가 현실주의 관점에서 말하는 세력균형의 전형적인 예시이다. 오바마 행정부 이래, 미국은 동북아에서 거세지는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외교전략으로 ‘Pivot to ASIA’, 아시아로의 회귀를 천명했다. 미국 외교의 중심축을 유럽에서 아시아로 이동시키겠다는 것이다. 과거 냉전시기 미국이 동맹을 체결한 동아시아 지역의 자유민주주의 국가들, 한국과 일본과의 양자관계를 바탕으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었다. 이러한 미국에게 가장 복병은 ‘북한’이었다. 북한은 UN 대북제재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반발, 외교적 고립에도 불구하고 핵개발은 물론, 미사일 도발 및 사이버 공격 등 ‘불량국가’의 길을 걸어왔다. 북한의 이러한 행동은 동족상잔의 비극, 한국전쟁을 겪은 우리나라에게는 더 큰 위협으로 다가온다.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임을 인정하면서도 직,간접적인 도발 및 군사적 위협으로 우리나라의 안보는 물론, 역내 긴장 상태를 계속해서 유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이러한 행태는 중국과 러시아라는 뒷배 없이는 불가능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핵 개발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에 반대하지 않으면서도 북한에 제재의 뒷문을 열어주었고, 뿐만 아니라 한미연합훈련을 비롯한 한미일 군사협력을 비난하며 여러 군사적 도발을 ‘자위권 행사’라고 주장한 북한에 힘을 실어주었다. 물론, 북한과 러시아, 중국의 관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복잡미묘하다. 한국과 미국, 일본을 향해서는 경계태세를 늦추지 않으면서도 자국의 이익이 걸린 사안에 대해서는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동북아지역의 정세가 매우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되는 ‘신냉전’ 시대와 함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도발 등 여러 국제정치적 이슈가 발생하며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 역시 높아지는 형국이다. 지난 2024년에는 북한이 기존 민족 간 합의 원칙이었던 ‘통일’을 버리고 ‘두 국가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후 남북 협력의 상징이었던 경의선, 동해선의 철로와 도로는 끊기고 남북 관계는 파탄이 이르렀다. 이러한 복합적 맥락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의 대북정책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어떤 관점에서 해석될 수 있을까? 현재 한반도에 드리운 두 가지 먹구름을 통해 미래를 전망해보고자 한다.
한반도 평화에 드리운 2가지 변수 Variable(1) 북러 군사협력
2024년 말 ‘폭풍군단’이라고 불리는 북한군 특수부대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최전선인 쿠르스크에 파병되었다는 정보가 국정원을 통해 발표되었다. 2022년 러·우 전쟁 발발 이후 서방 진영에 의해 포착된 러시아에 대한 최초의 ‘외국 정규군 지원’ 사례였다. 러시아와 북한과의 우호적 관계가 정점에 있음을 알 수 있는 단서이기도 했다. 러·우 전쟁 발발 이후 북한은 지속적으로 러시아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하거나 포탄 등 군수물자를 제공해왔다. 서방의 전방위적 제재와 중국의 적극적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러시아에게 북한의 지원은 가뭄 속의 단비 같은 존재였다. 그러던 와중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블라디보스토크 방문 이후 4년 만에 러시아를 방문했다. 2023년 9월 13일,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났다. 이날 진행된 정상회담에서는 위성 및 미사일 관련 기술 협력 강화가 주된 의제로 다루어졌다고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다. 정상회담 이후인 2023년 말과 2024년 초에 북한이 진행한 정찰위성, 고체연료 ICBM, 극초음속 미사일 등 첨단무기 실험에서 그 성능이 이전보다 개선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시기 러시아가 유엔 제재를 무시하고 북한에 핵심 군사기술을 이전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2024년 6월, ‘포괄적인 전략적동반자관계에 대한 조약’이라는 이름의 북러 방위조약이 체결되었다. 이 조약의 핵심은 북한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대로 “새로운 법률적 기초” 위에 양국 간 관계가 재정립되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한 측이 공격받으면 한 측이 방어에 나서는, 이른바 북한과 러시아 간 ‘상호 군사원조’가 명확해졌다는 점이다. 2024년 말 북한이 특수부대 파병을 통해 러시아 편에 섰다는 점이 명확해진 만큼, 핵추진 잠수함 제조 기술 및 소형 원자로 기술 등 북한이 기존의 핵전력과 재래식 전력을 증강시킬 수 있는 ‘반대 급부’를 받았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의 우려가 현실화된다면 한미 연합군의 재래식 무기에서의 우위가 약해지면서 대북 억지력이 약화된다 것이 지배적인 견해이다.
Variable(2) 다시 등장한 트럼프
“Golden age of America begins rignt now”라는 말과 함께 더욱 강력한 MAGA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했다. 매일매일 단순하게, 미국을 제일 우선으로 한다는 트럼프는 미국의 이익이 걸린 곳이라면 우방과 적국을 가리지 않았다. 파나마 운하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한편, 멕시코만을 ‘미국만’이라고 부르며 중남미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영토 확장 야욕은 캐나다와 그린란드까지 확장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동아시아의 핵심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에 관세를 위시한 압박을 가하며 ‘달라진 미국’을 실감하게 했다. 우리는 미국을 세계의 경찰이자 자유와 불의에 대항하는 정의로운 자유세계 수호자라는 틀 안에서 인식하며 미국의 행보를 예측했다. 그러나 지금의 트럼프는 기존의 문법에서 너무나도 멀리 떨어져있다.
기존의 흐름에서 탈피한 트럼프는 그동안 상수라고 여겨지던 동북아시아 안보의 핵심 축들을 변수로 만들고 있다. 한미일 중심의 시각에서 동북아시아 안보는 ‘중국 견제’와 ‘북한 억제’라는 두 가지 목표가 맞물리며 돌아가고 있다. 그 핵심에는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소속의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이 있다.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은 각각 한국과 일본을 방어하며 중국 또는 북한의 도발에 의한 동북아 안보 위기 시 전개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의 역할과 관련해 굉장히 회의적인 시각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특히 ‘방위비’ 문제와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발언들을 돌아보면 상당히 한미공조의 위태로운 흐름이 감지된다. 트럼프는 2017년과 2019년 방위비분담금 협상 과정에서 한국이 “미국의 안보 우산을 공짜로 누리고 있다”고 주장하며 분담금 5배 인상을 요구한 전례가 있다. 당시 "한국은 매우 부유한 나라지만 미국은 그들을 지켜주느라 손해 보고 있다"는 발언은 한미동맹이 '돈으로 환산 가능한 거래'로 축소될 수 있음을 암시한 것이었다. 이러한 시각은 트럼프 2기에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2025년 1월 취임 연설을 전후로, 그는 “방위비를 충분히 내지 않는 동맹국은 스스로 방어해야 한다”며 주한미군의 단계적 감축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는 한미연합군사훈련에도 일관된 불만을 제기해왔다. 그는 대통령 재임 중이던 2018년, 북미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한미연합훈련은) 도발적이고 매우 비용이 많이 드는 게임(war games)”이라고 비판했고, 이후 실제로 일부 훈련이 중단되거나 축소된 바 있다. 이러한 ‘훈련 축소 압박’은 북한에 대한 억지력 약화를 불러오는 동시에 한국 내부에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불안감을 확산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트럼프 2기에서 다시 이 기조가 재현된다면 한미 연합방위 태세의 신뢰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태도는 한미일 삼각 안보 협력에도 파열음을 불러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바이든 행정부 시기였던 2023년, 캠프 데이비드에서는 북한 억지와 중국 견제를 한미일의 공동 목표로 삼는 ‘캠프 데이비드 선언’이 체결되었다. 그러나 미국이 자국 이익 중심으로 노선을 수정할 경우, 한국과 일본 모두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에 대한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유세에서도 “일본이 공격당해도 미국은 자동으로 전쟁해야 하지만 미국이 공격당하면 일본은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다”며 집단안보 체제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표출한 바 있다. 이렇듯 트럼프 2기의 등장은 한미일 안보협력의 지속성과 일체성을 ‘전제 없는 조건’으로 보장하지 않는다. 미국이 더 이상 ‘동북아 안보의 중심축’이 아닐 수도 있다는 현실은 ‘반미’를 고리로 한 북-중-러 삼각 연대에 새로운 활동 영역을 열어준다.
동북아와 한반도 정세의 뇌관: 북핵(北核)*
좁은 의미에서 북한 핵문제는 단순한 비확산 이슈를 넘어 한반도 정세 전반을 규정짓는 전략적 뇌관이다. 북한은 2006년 첫 핵실험 이후, 지속적으로 핵무기 고도화 및 다종화(전술핵, ICBM, SLBM 등)를 추진해왔다. 특히 2022년 9월, 북한은 ‘핵무력 법제화’를 선언하면서 비핵화 협상 여지를 사실상 닫았다. 이는 핵 보유를 체제 유지의 핵심 수단으로 공고히 하겠다는 정치적 신호다. 과거에는 핵을 외교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했지만, 이제는 억제력 확보와 군사력 대등화를 통한 체제 유지와 국가 전략의 핵심 요소가 된 것이다.
이러한 북핵은 남북관계뿐 아니라, 미중 전략경쟁, 한미동맹, 한일관계 등 동북아 전반의 안보 질서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북한의 ICBM 개발이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수준에 도달하면서 북핵 문제는 한반도 차원을 넘어 미 본토의 전략 안보로 확장되었고, 이는 미국의 군사적 대응 수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동시에 한국은 북한의 전술핵 위협에 직접 노출되어 있어, 핵 억지력 확보 문제 더 나아가 자체 핵무장론까지 재점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수십 년간의 북핵 해법 시도들은 주로 ‘제재와 협상’을 병행하는 접근이었다. 1994년 제네바 합의(북미 간 경수로 지원 및 핵동결), 2005년 6자회담 9·19 공동성명(북핵 폐기와 체제보장 교환), 그리고 2018년 트럼프-김정은 싱가포르 회담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 이전까지 북핵 해결에 있어서 미국이 비교적 수동적인 전략을 장기간 유지한 이유는 미국이 북한의 군사적 능력에 대해 최종적 안보 위협이라기보다는 ‘관리 가능한 위기’로 인식했기 때문이다.